[Book]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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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2. 12.
§ 원 글 작성 정보 : 2009.08.05. 23:48 |
[도서정보]
나쓰메 소세키 저
김상수 역
신세계북스
원서 : 吾輩は猫である
/* 들어가며 */
고전이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진리를 전달해 주고, 사람들에게 오래된 친구처럼 여러 가지 모양의 교감敎感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100세의 나이차이가 나는 사람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대차이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대화에 빠져들고 있다면, 분명 그들에게는 세월의 진부함을 뛰어넘는 능력이 있을 것입니다. 유행만을 좇는 사람들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깊이와 투시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 옮긴이(김상수)의 말 中 -
이 소설은 1905년 즈음부터 연재되기 시작하였으니(원래는 잡지연재 형식의 소설이다.) 벌써 100여년이 지난 작품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관조와 그를 통한 사색과 성찰은 오늘에 다시 읽어도 이 작품이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게 하는 주된 이유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세대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듯한 보편 타당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점이나, 세월에 결코 바래지 않는 문장은 이 책이 서가의 한 자리를 차지 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 비인간적이지만 인간적인 고양이의 인간에 대한 감상 */
- 종種으로서의 인간에 대하여
인간은 자연에서 나왔지만 문명이란 이름아래 점점 더 자연과 멀어지고 있다. 동물로서의 고양이는 인간의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을 지적한다. 옷은 누에나 양 등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며, 배불리 먹으면 족할 것을 굽기도 하고, 삶기도 하며 찌기도 하는 수고로움을 들이고 있다. 터럭조차 자연히 길어지는 것이고 활동하기 불편치 않을 정도로만 간수를 하면 될것을 모아붙이고 잘라서 굳이 모양을 만든다고도 한다. 오죽이나 한가하면 이런 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까?
그래서 고양이는 우리 인간이 늘상 입에 달고 다니는 '바쁘다' 라는 비꼰다. 한가하다 못해 저러한 사치스러운 행동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제약하고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면서 '바쁘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누가 그렇게 얽매여 살라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그렇게 몰아붙이고는 바쁘다하는 꼴은, 불을 피우면서 '덥다'고 한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한다.
문명이 발전하고 사람의 노동을 대체할 기계가 나왔고, 교통수단은 더욱 발전했으며, 사람의 의사소통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통신수단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건만, 애석하게도 오늘날 우리가 입에 달고다니는 말도 역시 '바쁘다' 이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의 물질적 생활이 좀 더 풍요로워 졌음은 부정할 수가 없으나 스스로를, 주위를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여유가 사라져 있음은 다른 종의 동물들은 아마 이해하지 못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인간의 속성일 것이다.
- 인간의 자화상
하지만 동시에 고양이는 인간적이다. 때로는 미소를 띄며, 때로는 조소를 품으며, 그러다 때로는 갸우뚱하며 주인네 일행을 살피는 고양이는 어느새 이미 인간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부분이 '고양이가 보기에 인간들의 하는 짓이 우습구나~' 라는 관점을 취한다면, 이러한 부분에서는 '인간이라는 종은 인간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도 묘한 짓을 하는구나~'라는 인식이 깔리게 된다. (이는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인간이기에 발생하는 근원적인 문제일수도, 또는 작품 전반에 걸쳐 인간화된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귀결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측면이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순수하게 고양이의 시각에서 씌여졌다면 단순한 소설이외의 가치가 있었을까?)
비록 고양이의 눈과 입을 빌어 말하고 있지만 고양이가 지적하는 것은 인간 군상의 여러가지 모습이다. [감상에 있어 작품에 영향을 주는 상황(환경)적 맥락(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그 과정 하에서 소위 신지식인 이라는 부류의 겉돎)과도 연관시킬 수 있겠으나] 무능력한 주제에 지적 허식이 적지않은 주인 구샤미, 입만열면 허풍이 쏟아지는 메이테이 선생, 전형적인 졸부인 가네다와 그의 부인, 주인인 구샤미의 제자인 간게츠나 도후 등등, 소위 말하는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나 배금주의 실업가나, 고양이의 눈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문제가 있는 인간들일 뿐이다.
결국 인간이라는 종족은 종 자체로 보면 자연에 거스르면서 스스로를 옭아매는 종족이며, 종 내에서는 서로 화합치 못하고 아옹다옹하는 존재로서 고양이가 그 가식과 허영, 무지를 꼬집고 있는 것이다.
/* 세월을 초월하는 인간의 본성 */
100여년 전에 금전이나 현학적 명성에 얽매이는 인간의 본성을 발견한 것이나, 그러한 점을 오늘날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것이나, 작가의 성찰에 깊은 찬사를 보내면서 변치않는 인간의 본성에 씁슬함을 느낄 따름이다.
어차피 인간의 인간을 위한 문명화는 계속되어 갈 것이며, 앞으로 인간의 물질적 삶의 풍요는 점쳐볼 수 있겠으나 지금 추세대로라면 정신적인 삶의 여유는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여유 없는 삶과 물질 위주의 삶은 앞으로 100년이 또 지난 뒤에 누군가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 여담 */
고전古典이라는 분류상의 무게가 주는 압박감과는 달리, 쉽게 읽히며 쉽게 공감할 수 있고, 특히나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재미또한 충분한 책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집필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그 배경을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나 그러한 지식이 일천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작품 자체로만 보아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덕분에 작품 내에 종종 등장하는 '하이쿠'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1
- 하이쿠[俳句, haiku] 일본의 시 형식 가운데 하나 [본문으로]
§ 원 글 작성 정보 : 2009.08.05. 2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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